"내가 한댔죠?" 4부리그까지 강등된 팀을 1부리그로 승격시키자마자 은퇴한 전설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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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댔죠?" 4부리그까지 강등된 팀을 1부리그로 승격시키자마자 은퇴한 전설의 사나이
  • 이기타
  • 발행 2022.07.07
  • 조회수 5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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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축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로맨티스트.

2008년, 세리에B에 속해있던 파르마.

그 유명한 세리에 7공주 중 한 팀이다.

승격을 노리던 파르마, 한 수비수를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나섰다.

 

 

그의 이름은 알레산드로 루카렐리.

입단과 동시에 주축 수비수로 팀의 승격을 이끌었다.

승격 후에도 계속 팀에 남아 팀의 든든한 센터백으로 자리잡았다.

파르마는 그의 활약을 인정해 2012년 루카렐리를 주장으로 선임했다.

 

Goal.com
Goal.com

 

그렇게 찾아온 2013-14 시즌.

파르마는 후반기 인테르와 AC밀란 등 강팀들을 연이어 격파했다.

무려 17경기 연속 무패라는 돌풍으로 유로파 티켓까지 따냈다.

 

Calcio Mercato
Calcio Mercato

 

하지만 재정 문제로 유로파에 진출하지 못하게 된 파르마.

결국 기라르디 구단주가 사임을 발표한 뒤 러시아 부호 마네티가 인수하게 된다.

문제는 마네티 구단주가 사기꾼이었단 사실.

 

Calcio Mercato
Calcio Mercato

 

각종 불법 자금의 돈세탁 목적으로 파르마를 인수했던 마네티.

파르마 구단 운영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결국 파르마 선수와 스텝 전원은 8개월 간 급료가 체불되기에 이르렀다.

훈련 시설에 전기가 끊겨 유소년 팀 선수들은 찬물 샤워를 했다.

심지어 훈련 때 먹을 물조차 사지 못하게 된 파르마 선수들.

 

Calcio News 24
Calcio News 24

 

당시 주장 루카렐리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젠 유니폼 세탁을 해주지 않는다고 하네요."

"선수들은 각자 유니폼을 집으로 가져가 빨아와야 합니다."

 

Calcio Mercato
Calcio Mercato

 

무너져가는 팀, 하지만 루카렐리는 주장으로 역할을 다했다.

그럼에도 점점 악화돼가고 있던 팀 상황.

심지어 홈경기가 연기되고, 버스마저 파는 지경에 처했다.

그때 루카렐리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뜻을 밝혔다.

 

유튜브 'Parma Calcio 1913'
유튜브 'Parma Calcio 1913'

 

"올 시즌 별별 일을 다 지켜봤다. 경기하지 못했을 땐 기분이 너무 나빴다."

"하지만 우린 제노아 원정 경기에 나설 준비를 시작했다."

"챔피언 뿐 아니라 파르마에게도 존경심을 갖춰줬으면 한다."

"7년 간 이 셔츠는 내 것이었고, 구단이 어떤 상태에 있더라도 늘 경기에 뛰었다."

"구단에서 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우리 스스로 차를 준비해 가겠다."

"원정 경기 비용도 우리 스스로 마련할 예정이다."

 

La Stampa
La Stampa

 

하지만 루카렐리의 헌신에도 아마추어 리그인 세리에 D로 강등된 파르마.

파르마 1군 선수들은 모두 자유 계약으로 풀리며 이적을 택했다.

주장 루카렐리 역시 수많은 오퍼를 받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루카렐리는 팀과 함께 4부리그에 남기로 결심했다.

"심장이 시키는 대로 이곳에 남는다"라는 말과 함께.

 

Daily Mail
Daily Mail

 

그와 동시에 루카렐리는 서포터를 향해 다음과 같이 약속했다.

"세리에A로 다시 파르마를 데려가겠습니다."

 

 

선수 경력 사상 최초로 4부리그에서 뛰게 된 루카렐리.

팀의 구심점으로 자신의 약속을 착실히 지켜나갔다.

그 결과 파르마는 2015-16 시즌부터 연속 승격에 성공한다.

불과 두 시즌 만에 연속 승격으로 올라온 세리에 B.

 

 

사실 루카렐리에겐 팀을 떠날 위기도 찾아왔다.

새로 부임한 구단주가 노장 선수들을 내치고 세대 교체를 선언한 것.

하지만 루카렐리는 구단주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설득했다.

이에 감동한 구단주 측에선 루카렐리의 뜻을 받아들였다.

 

 

마침내 세리에 B로 연속해 승격한 파르마.

루카렐리는 베테랑으로 다시 한 번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 사이 파르마 역사상 최다 출전자로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

그렇게 승격까지 코앞에 다가온 상황.

 

Eurosport
Eurosport

 

최종전을 앞두고 파르마에 비상불이 켜졌다.

루카렐리가 내측 반월상 연골로 30일 간 재활 판정을 받은 것.

하지만 루카렐리에게 더이상 부상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빠르게 회복하며 최종전에 나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문제는 그 시간 경쟁자 프로시노네가 승리하고 있었단 사실.

2위 파르마 입장에선 그들이 패해야만 자동 승격할 수 있었다.

그때 파르마에게 기적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프로시노네가 후반 막판 극적으로 동점골을 실점하며 무승부에 그친 것.

 

 

이탈리아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나온 4부리그->1부리그 다이렉트 승격.

그 중심엔 단연 주장 루카렐리가 있었다.

불과 3년 만에 루카렐리는 팬들과 약속을 지켰다.

그리곤 미련없이 은퇴를 선언했다.

 

 

"이보다 제 자신이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없었습니다."

"저 루카렐리는 분명히 이 팀, 이 직장, 이 팬들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계속해서 파르마의 일부가 될 것이며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볼 겁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엄청난 환희와 심장을 찌르는 심정으로 여러분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이야기의 일부분으로 위대한 팀의 주장이었던 것, 그리고 이 아름다운 셔츠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알레산드로 루카렐리로 충실히 살아온 것에 만족합니다."

"여러분들의 한 사람이."

 

 

파르마는 루카렐리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그의 등번호 6번 역시 영구 결번 시켰다.

이후 선수 운영 매니저로 파르마에 남게 된 루카렐리.

그의 아들 마테오 루카렐리 역시 파르마 유스로 활약하고 있다.

 

These Football Times
These Football Times

 

현대 축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로맨티스트.

이게 축구고, 낭만이다. 

 

움짤 출처 : '20Legend', 'TELEREGIONE COLOR' 유튜브

평범함은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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